영어유치원 아동 학대, 우리 아이는 괜찮을까요?

요즘 하원길에 아이가 “학원 가기 싫어”라고 하면, 부모는 먼저 이유를 묻게 됩니다. 친구와 다퉜을 수도 있고 수업이 어려웠을 수도 있죠. 그런데 교사의 거친 행동이 의심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아이의 말을 어떻게 듣고 무엇을 확인해야 할지, 막상 그 순간에는 판단하기 쉽지 않습니다.
보도된 사건에서 확인된 것은 무엇일까요?
2025년 12월 인천지법은 유아 대상 영어학원에서 어린 원생들을 신체·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강사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연합뉴스TV 보도에 따르면 재판에서는 아이의 얼굴을 때리거나 몸을 흔든 행동, 수업에서 빼고 복도에 오래 머물게 한 행동 등이 다뤄졌습니다. 법원은 일부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한 사건의 판결을 모든 학원의 모습으로 넓혀 볼 수는 없지만, 아이가 겪은 일을 ‘훈육 과정의 작은 마찰’로만 넘겨서는 안 된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여기서 이름부터 구별할 필요가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영어유치원’은 대개 유치원이 아니라 유아 대상 영어학원입니다. 교육부는 유치원과 학원이 법적으로 다른 기관이라고 안내합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하루 중 긴 시간을 맡기는 곳이라는 점이 같아 보이지만, 등록 형태와 적용되는 운영 규정은 다를 수 있습니다. 상담할 때 간판의 표현만 보지 말고 교육청에 등록된 기관 종류를 확인하는 이유입니다.
아이의 신호는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아이가 학원에 가기 싫다고 말한 한 번의 일만으로 학대를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반대로 눈에 보이는 상처가 없다고 안심할 수도 없죠. 특정 교사를 유난히 두려워하거나, 평소와 달리 등원 전 배가 아프다고 하고, 잠이나 식사 습관이 갑자기 달라지는 일이 반복된다면 상황을 차분히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변화에는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으므로 아이의 말과 생활 변화를 함께 살피는 편이 좋습니다.
아이에게는 “선생님이 때렸지?”처럼 답을 유도하기보다 “그때 무슨 일이 있었어?”, “누가 함께 있었어?”처럼 열린 질문을 하는 게 낫습니다. 아이가 말한 표현은 어른의 해석을 보태지 말고 날짜와 함께 적어두세요. 여러 번 캐묻거나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게 하면 아이에게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다친 곳이 있다면 먼저 진료를 받고, 언제 어떤 설명을 들었는지도 남겨두는 것이 좋습니다.
의심될 때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요?
아동학대처벌법에 따르면 학대가 의심되는 단계에서도 신고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지금 위험하거나 폭력이 의심된다면 학원 내부 확인을 기다리지 말고 112에 신고할 수 있습니다. 신고할 때는 아이의 현재 안전 상태, 들은 말, 상처 여부, 의심되는 날짜와 장소를 전달하면 됩니다. 학대 여부를 부모가 먼저 입증해야 신고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학원에는 의심되는 시간대의 CCTV 영상을 보존해 달라고 요청하고, 요청한 날짜와 담당자의 답변을 기록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개인정보 포털 안내에 따르면 본인 또는 대리인은 자신이 촬영된 영상의 열람을 요구할 수 있지만, 함께 찍힌 다른 아이의 정보는 가림 처리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영상을 곧바로 받아볼 수 있다고 단정하기보다 보존 요청과 열람 절차를 구분해 진행해야 합니다. 영상 확인이 지연되더라도 아이의 안전을 위한 신고와 진료를 미룰 이유는 없습니다.
학원 운영이나 등록 사항은 관할 교육지원청에 문의할 수 있습니다. 다만 교육지원청 문의가 긴급 신고를 대신하지는 않습니다. 아이가 다시 같은 교사와 마주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학원에 분리와 보호 조치를 구체적으로 요청하고, 실제로 어떻게 이행되는지 확인하는 것이 생활에서 가장 급한 문제일 수 있습니다.
제도가 바뀌면 일상에는 무엇이 달라질까요?
교육부 자료를 보면 전국 유아 대상 영어학원은 2019년 615개에서 2025년 814개로 늘었습니다. 2024년 조사에서 반일제 영어학원 월평균 사교육비는 154만 5천 원이었습니다. 비용과 이용 시간이 적지 않은 만큼, 부모가 교육 내용뿐 아니라 아이가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도 묻는 일은 자연스럽습니다. 쉬는 시간, 식사 지도 방식, 아이가 울거나 수업을 거부할 때의 대응, 보호자에게 알리는 기준을 상담 단계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26년에는 유아 대상 학원의 모집·분반 목적 시험과 평가를 금지하는 제도도 마련됐습니다. 교육부는 등록 후 교육을 돕기 위한 관찰·면담은 보호자 사전 동의가 있을 때 가능하다고 설명합니다. 이 규정은 입학 경쟁으로 인한 부담을 줄이려는 조치입니다. 교사의 폭력이나 모욕 같은 개별 학대 의혹은 별도로 살펴야 합니다. 시험 금지가 시행됐다는 사실만으로 아이가 학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안전해졌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부모가 매일 모든 수업을 볼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불편한 일을 말했을 때 믿고 들어줄 수 있는 분위기와, 학원이 설명하고 기록을 남기는 절차가 중요합니다. 영어 실력이 조금 늦게 느는 일보다 아이가 안전하게 배우고 돌아오는 하루가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