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약상자 3000만원은 어떻게 돌아왔을까요?

얼마 전 집 안 약상자를 열어 보니, 다 먹지 않은 약과 오래된 처방 봉투가 생각보다 많이 쌓여 있었습니다. 대개는 유통기한부터 확인하겠지만, 제주에서는 버리려던 약상자 안에서 현금 3000만원이 나왔습니다. 돈을 맡긴 사람조차 그 사실을 몰랐습니다.
약을 버리려다 발견된 돈
제주동부경찰서가 11월 3일 밝힌 내용에 따르면, 한 여성은 10월 26일 세상을 떠난 남편의 약을 폐기해 달라며 제주시의 한 약국에 약상자를 맡겼습니다. 약국 직원이 상자를 확인하다 여러 약봉지에 나뉘어 들어 있는 현금 3000만원을 발견했고, 같은 날 오후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경찰은 약국 폐쇄회로 화면으로 상자를 맡긴 사람을 확인하고, 처방 봉투에 적힌 남편의 이름을 단서로 신원을 찾았습니다. 돈은 신고 접수 하루 만에 아내에게 돌아갔습니다. 아내는 약상자에 현금이 들어 있는 줄 전혀 몰랐다고 했습니다.
남편은 병을 앓기 전 택시기사로 일했습니다. 아내는 그때 조금씩 모아 둔 돈인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남편이 언제, 어떤 이유로 약봉지에 돈을 넣었는지까지 확인된 것은 아닙니다. ‘마지막 선물’처럼 받아들이는 마음은 이해되지만, 확인된 사실과 추측은 구분해서 보는 편이 좋겠습니다.
우리 집에서도 놓치기 쉬운 건 뭘까요?
현금 3000만원은 드문 사례입니다. 그래도 유품이나 오래된 물건을 치울 때 중요한 것을 함께 버릴 위험은 낯설지 않습니다. 처방 봉투에는 이름과 병원 정보가 남아 있을 수 있고, 서랍 속 종이에는 통장이나 보험 관련 메모가 끼어 있을 수 있습니다. 평소 쓰던 가방, 책, 옷 주머니처럼 물건을 잠시 넣어 두기 쉬운 곳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가족이 사망한 직후에는 해야 할 일이 한꺼번에 몰립니다. 약을 버리는 일 하나에도 시간을 내기 어렵죠. 이럴 때는 모든 물건을 자세히 분류하려 애쓰기보다, 버릴 상자와 봉투를 한 번씩 열어 보고 종이 사이와 안쪽 주머니를 확인하는 정도가 현실적입니다. 가족이 함께 살펴보면 혼자서는 지나칠 만한 물건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이번 사례에서 처방 봉투의 이름은 주인을 찾는 단서가 됐습니다. 그렇다고 개인정보가 적힌 봉투를 아무렇게나 내놓아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약과 포장재를 나누어 처리할 때에는 이름이나 주민등록번호처럼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부분도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남은 약은 어디에 버려야 할까요?
아내가 약국에 약을 가져간 장면은 폐의약품 처리도 떠올리게 합니다. 먹다 남은 약이나 사용기한이 지난 약을 일반 쓰레기와 섞거나 하수구에 버리면 약 성분이 환경으로 흘러갈 수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가 안내하는 폐의약품 수거함을 이용하는 이유입니다.
수거 장소와 배출 방법은 지역에 따라 다릅니다. 주민센터나 보건소에 수거함이 있는 곳도 있고, 참여 약국에서 받는 곳도 있습니다. 약국이라면 어디서나 모든 종류의 약을 받아 주는 것으로 생각하기보다, 거주지 지자체의 안내를 확인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알약, 가루약, 물약은 배출 방식도 다를 수 있습니다.
약을 가져가기 전에는 약상자와 봉투를 먼저 살펴보는 게 좋겠습니다. 약은 정해진 방식대로 배출하고, 현금이나 서류 같은 개인 물건은 따로 챙기는 순서입니다. 이번에는 약국 직원이 돈을 발견했지만, 이미 수거된 뒤였다면 주인을 찾기가 훨씬 어려웠을 수 있습니다.
물건을 발견하거나 잃어버렸다면
약국 직원은 현금을 발견한 뒤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경찰청 유실물 안내에 따르면 습득물은 가까운 지구대·파출소·경찰서에 신고할 수 있습니다. 잃어버린 사람도 경찰의 유실물 서비스를 통해 신고하거나 접수된 물건을 검색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돈이나 귀중품을 발견했다면 발견 장소와 시간을 기억해 두고, 물건의 상태를 임의로 바꾸지 않은 채 경찰에 알리는 것이 좋습니다. 반대로 물건을 잃었다면 어디에, 언제 두었는지부터 좁혀 보는 게 도움이 됩니다. 이번 사건에서도 약국을 찾은 시간, 화면 기록, 봉투의 이름이 연결되면서 반환까지 이어졌습니다.
약상자 속 3000만원은 다행히 제자리로 돌아갔습니다. 이 이야기가 유난히 마음에 남는 건 금액 때문만은 아닙니다. 경황없는 사람의 물건을 그냥 지나치지 않은 직원과, 작은 단서들을 따라간 경찰의 행동이 한 가족에게는 큰 차이를 만들었습니다. 우리 집에서 오래된 상자 하나를 버릴 때도 잠깐 열어 볼 이유가 생겼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