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급정거 승객 사망, 왜 책임을 물었을까요?

버스가 정류장에 다 왔다 싶어 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때 차가 갑자기 속도를 줄이면 손잡이를 잡고 있어도 몸이 앞으로 쏠리죠. 최근 보도된 버스 급정거 승객 사망 사건은 평소엔 대수롭지 않게 넘기던 그 순간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정류장 앞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2024년 4월 전북 전주의 한 시내버스에서 69세 승객이 내리려고 일어섰다가 넘어졌습니다. 정류장 앞에서 버스가 급하게 감속한 때였습니다. 승객은 목 부위의 신경을 다쳐 치료를 받았지만 약 두 달 뒤 숨졌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운전기사는 제한속도가 시속 50㎞인 도로를 시속 67㎞로 달리다가 정류장 앞에서 속도를 줄였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제한속도를 지키고 급감속을 피해야 할 의무를 어겼다고 판단했습니다. 2026년 11월 보도된 항소심 결과는 1심과 같은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입니다. 유족과의 합의, 유족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도 형을 정할 때 고려됐습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부분은 승객이 하차하려고 일어선 행동 자체보다 그 전에 버스가 어떤 속도로 달렸고 어떻게 멈췄는가입니다. 같은 급정거라도 피할 수 없는 위험을 피하려고 브레이크를 밟은 경우와, 과속한 뒤 정류장 앞에서 급하게 멈춘 경우의 책임은 같을 수 없습니다.
급정거하면 기사에게 늘 책임이 생길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운전기사의 형사책임은 급정거가 필요했는지, 그 상황을 미리 피할 수 있었는지, 운전 방식과 승객의 피해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따져 판단합니다. 실제로 신호를 어기고 들어온 차량을 피하려 급정거했다가 승객이 숨진 다른 사건에서는 버스 기사에게 무죄가 선고된 적도 있습니다. 이번 판결을 ‘버스 안에서 넘어지면 무조건 기사 책임’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사실과 멀어집니다.
그렇다고 손잡이를 잡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승객에게 책임을 모두 돌릴 수도 없습니다. 시내버스에는 서서 가는 사람도 있고, 내리기 위해 좌석에서 일어나는 사람도 있습니다. 운전자는 이런 탑승 상황을 염두에 두고 정류장에 접근해야 합니다. 특히 제한속도를 지키면 정류장 앞에서 속도를 줄일 시간과 거리가 그만큼 늘어납니다.
다쳤다면 치료와 보상은 어떻게 되나
형사재판에서 운전기사에게 어떤 형이 내려지는지와 피해자의 치료비·손해배상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상법은 운송인이 승객을 운송하면서 주의를 다했다는 점을 증명하지 못하면 승객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고 정합니다. 실제 보상은 사고 경위와 피해 정도를 확인해 버스 회사의 보험 또는 공제 절차에서 다루게 됩니다. 합의금 액수가 모든 사고에 똑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 버스 안에서 넘어져 다쳤다면 우선 기사에게 사고 사실을 알리고, 필요한 경우 119에 도움을 요청하는 게 좋습니다. 버스 노선과 차량번호, 사고 시각과 정류장 위치를 남겨두면 이후 사고를 확인하기가 수월합니다. 진료를 받을 때는 버스에서 어떻게 다쳤는지 정확히 설명하고, 회사에는 차량 내부 영상의 보존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사고 직후에는 괜찮아 보여도 통증이 생겼다면 진료 기록을 남기는 편이 좋습니다.
보상 과정에서 손잡이를 잡았는지 같은 승객의 행동이 쟁점이 될 수는 있습니다. 다만 과실 비율을 일률적인 숫자로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버스의 속도와 감속 정도, 승객이 서 있던 이유, 손잡이를 잡을 수 있었던 상황 등을 함께 봐야 합니다.
매일 타는 버스에서 달라질 점
이번 판결로 새로 생긴 승객 의무나 버스 이용 규칙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대신 정류장에 가까워질 때의 운전 방식이 승객 안전과 직접 연결된다는 점이 다시 확인됐습니다. 운수회사도 사고가 난 뒤 보상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과속과 급감속을 줄이는 운행 관리를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승객 입장에서는 자리에 앉아 있다가 일어날 때 가까운 손잡이를 먼저 잡고, 서서 갈 때는 휴대전화보다 몸의 균형에 신경 쓰는 것이 현실적인 대비입니다. 다만 이런 주의가 운전자의 안전운행 의무를 대신하지는 않습니다. 버스 한 대의 움직임에는 여러 사람의 몸이 함께 실려 있습니다. 정류장 앞에서 조금 여유 있게 속도를 줄이는 일이 누군가의 평범한 귀가를 지키는 방법일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