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등산객 추락, 사진 한 장이 왜 산행 안전 문제로 이어졌을까요?

얼마 전 단풍 산행 사진을 보다가, 전망대 끝에서 한 발 더 나가 찍은 사진들이 유난히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화면으로 보면 멋있지만 현장에서는 바람, 경사, 젖은 바위, 피로가 한꺼번에 겹칩니다. 강원 고성 등산객 추락 사고도 결국 우리 일상 속 산행 습관을 다시 보게 하는 사건입니다.
고성 신선대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2026년 10월 3일 오후 5시 9분쯤 강원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신선대, 성인대로도 불리는 전망 지점 인근에서 70대 등산객이 40여m 아래로 추락했습니다. 이 등산객은 심정지 상태로 헬기를 통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습니다.
경찰과 소방당국 설명을 종합하면, 사고자는 혼자 산행에 나섰고 울산바위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던 중 미끄러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정확한 경위는 조사 중입니다. 다만 이 사고가 유독 눈에 들어오는 이유는 장소가 특별해서라기보다, 많은 사람이 산에서 비슷한 행동을 하기 때문입니다.
왜 사진 명소에서 더 위험해질까
사진을 찍는 순간 발밑이 시야에서 밀립니다
사진을 찍을 때 사람의 시선은 발밑보다 화면으로 갑니다. 배경을 더 넓게 담으려고 뒤로 물러서고, 구도를 맞추려고 몸을 옆으로 틀기도 합니다. 평지에서는 별일 아닌 움직임이지만, 바위 전망대나 능선 끝에서는 그 작은 이동이 추락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신선대처럼 울산바위가 한눈에 들어오는 곳은 경치가 열린 만큼 주변도 트여 있습니다. 그래서 더 시원하게 느껴지지만, 동시에 바람을 피할 곳이 적고 발을 디딜 곳이 고르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오후 늦은 시간에는 체력이 떨어지고 빛도 약해집니다. 같은 길이라도 하산 무렵에는 훨씬 다르게 느껴집니다.
소방청 발표에 따르면 2024년 전국 119구조대가 출동한 산악사고 구조 건수는 1만134건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실족이 2,724건으로 26.9%를 차지해 가장 많았습니다. 길 잃음은 2,378건, 탈진·탈수는 522건이었습니다. 산에서 가장 흔한 사고가 거창한 조난보다 발을 헛디디는 일이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내 산행에는 뭐가 달라져야 하나
가을 산행이나 전망 명소 방문을 포기하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대신 사진 찍는 방식과 하산 시간을 생활 습관처럼 바꾸는 쪽이 현실적입니다. 산에서는 멋진 배경보다 먼저 서 있는 자리가 안전한지 확인해야 합니다.
- 사진은 등산로 안쪽에서 멈춘 뒤 찍기
- 바위 끝이나 난간 밖으로 이동하지 않기
- 뒷걸음질로 구도 잡지 않기
- 혼자 산행할 때는 목적지와 예상 하산 시간을 가족이나 지인에게 남기기
- 해가 지기 최소 1~2시간 전에는 하산을 시작하기
사실 이 정도는 누구나 아는 내용처럼 들립니다. 그런데 사고는 대체로 모르는 정보 때문에 생기기보다, 익숙한 행동을 위험한 장소에서 그대로 반복할 때 생깁니다. 특히 정상이나 전망대에 도착한 직후에는 긴장이 풀립니다. 이때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 한 발 더 움직이는 순간이 가장 조심해야 할 때입니다.
사고가 나면 구조의 첫 단서는 위치입니다
산에서 사고가 났을 때 119에 빨리 연락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어디에 있는지 설명하는 일이 더 중요합니다. 등산로에 있는 산악위치표지판, 국가지점번호, 가까운 안내판 이름, 지난 갈림길을 함께 말하면 구조 시간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추락이나 실족으로 다친 사람이 있다면 억지로 세우거나 옮기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목이나 척추 손상이 함께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변 위험만 피할 수 있게 하고, 체온이 떨어지지 않도록 옷이나 보온용품을 덮어준 뒤 구조를 기다리는 방식이 낫습니다.
휴대전화 배터리도 작은 문제가 아닙니다. 사진과 영상을 많이 찍으면 배터리가 빨리 줄어듭니다. 산에서는 휴대전화가 카메라이기도 하지만 구조 요청 수단이기도 합니다. 보조배터리, 물, 가벼운 간식, 헤드랜턴 하나가 산행의 무게를 크게 늘리지는 않지만 위급할 때는 차이가 큽니다.
가볍게 오른 산도 사고 앞에서는 멀어집니다
고성 등산객 추락 사고는 특별히 무모한 사람만 겪는 일이 아닙니다. 산을 자주 다니는 사람도, 가까운 전망 명소에 잠깐 오른 사람도 같은 위험을 만날 수 있습니다. 산행 경험이 많다는 자신감보다 그날의 날씨, 시간, 몸 상태를 따지는 태도가 더 필요합니다.
우리 생활에서 산은 여전히 좋은 쉼터입니다. 다만 사진을 남기는 방식은 조금 더 조심스러워질 필요가 있습니다. 멋진 풍경은 한두 걸음 물러서도 충분히 남길 수 있습니다. 사진은 오래 남지만, 그 사진을 남기는 사람의 걸음이 더 오래 이어져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