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뉴스
즐거움이 있는 곳

친일스캐너, 이름 검색만으로 판단해도 괜찮을까요?

Last Updated :
친일스캐너, 이름 검색만으로 판단해도 괜찮을까요?

얼마 전 가족끼리 광복절 이야기를 하다가 낯선 이름 하나가 나왔습니다. 누군가는 “그 사람 친일인명사전에 있대”라고 말했고, 다른 사람은 바로 휴대폰으로 검색을 시작하더군요. 요즘 말로 하면 이런 흐름이 ‘친일스캐너’에 가깝습니다. 이름을 넣거나 자료를 찾아서, 특정 인물이 일제강점기 어떤 행적을 남겼는지 빠르게 확인하려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이 말은 공식 제도명이라기보다 생활 속 검색 습관에 가까운 표현입니다. 민족문제연구소가 만든 친일인명사전, 관련 보도, 학교 도서관 자료, 역사 콘텐츠가 온라인에서 쉽게 공유되면서 “이 사람은 어떤 평가를 받았나”를 바로 확인하려는 움직임이 생긴 겁니다.

친일스캐너가 왜 갑자기 익숙해졌을까요?

사실 예전에는 친일 행적을 확인하려면 책을 찾거나 기사와 논문을 뒤져야 했습니다. 지금은 이름 검색 한 번으로 관련 자료가 줄줄이 나옵니다. 특히 유명 정치인, 예술가, 언론인, 교육자, 군인, 기업인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 “사전에 있는 인물인가”라는 질문이 따라붙습니다.

친일인명사전은 2009년 공개됐고, 수록 인원은 4,389명입니다. 민족문제연구소와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가 일제강점기 공문서, 신문, 잡지 등 방대한 자료를 토대로 만들었다고 설명해 왔습니다. 이후 스마트폰 앱 형태로도 제공되면서 접근성이 크게 높아졌습니다.

생활에서 달라진 점은 단순합니다. 예전에는 역사 연구자나 교사 중심의 자료였던 것이, 이제는 학생·학부모·지역 주민도 바로 확인하는 정보가 됐습니다. 학교 이름, 교가 작곡가, 동상, 기념관, 장학재단, 도로명처럼 일상 공간과 연결되면 논쟁은 더 가까워집니다.

이름이 나온다고 모든 판단이 끝나는 건 아닙니다

친일인명사전에 오른 인물은 대체로 1905년 을사늑약 전후부터 1945년 해방까지 일제의 국권 침탈, 식민통치, 침략전쟁에 적극 협력했는지가 기준이 됩니다. 매국 행위, 독립운동 탄압, 식민통치 협력, 전쟁 동원 선전 같은 행적이 주요 판단 근거로 다뤄집니다.

다만 사람의 생애는 한 줄로 끝나지 않습니다. 어떤 인물은 독립운동 경력과 친일 행적이 함께 거론되기도 하고, 어떤 인물은 예술적 성취와 전시 협력 행위가 동시에 평가됩니다. 그래서 친일스캐너식 검색은 출발점으로는 유용하지만, 그 자체가 최종 판정문처럼 쓰이면 위험합니다.

  • 수록 여부만 볼 것이 아니라 어떤 행위가 문제로 지적됐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 당시 직책, 자발성, 반복성, 선전 효과 같은 맥락을 같이 봐야 합니다.
  • 후대의 공적과 별개로 일제강점기 행적을 분리해 보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 후손이나 동명이인에게 책임을 옮겨붙이는 방식은 피해야 합니다.

내 생활에는 어디서 영향을 줄까요?

가장 먼저 학교 현장에서 부딪힙니다. 교가를 만든 사람이 친일 논란 인물인지, 학교 설립자가 어떤 행적을 남겼는지, 도서관에 친일인명사전을 둘 것인지가 실제 논쟁이 된 적이 있습니다. 학생 입장에서는 “우리 학교의 전통”이라고 배운 내용이 다시 질문의 대상이 되는 셈입니다.

지역사회에서도 비슷합니다. 기념관, 동상, 거리 이름, 문화상 명칭처럼 일상에서 자주 보는 이름들이 있습니다. 평소에는 그냥 지나치지만, 친일 행적이 알려지면 “계속 기려도 되는가”라는 논의가 생깁니다. 이때 갈등은 대개 두 갈래입니다. 하나는 역사적 책임을 표시해야 한다는 의견이고, 다른 하나는 해당 인물의 다른 공적까지 지우는 것은 과하다는 의견입니다.

소비나 문화생활에도 영향이 있습니다. 음악가, 작가, 화가, 언론인 이름이 거론되면 작품을 계속 소비해도 되는지 고민하는 사람이 생깁니다. 솔직히 이 문제는 정답이 하나로 떨어지지 않습니다. 다만 최소한 작품 설명이나 전시 안내, 교과서 서술에서 불편한 이력을 숨기지 않는 방향이 사회적으로 더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논란이 커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친일 문제는 단순히 과거사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해방 이후 재산, 학벌, 기업, 언론, 교육기관, 정치 권력과 연결됐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내 삶과 무슨 상관이냐”는 반응도 있지만, 반대로 “그 영향이 지금의 불평등과 명예 체계에 남아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또 하나는 기준에 대한 불신입니다. 친일인명사전은 발간 이후 유족과 보수단체의 반발, 배포 금지 가처분 논란 등을 겪었습니다. 관련 가처분은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사회적 평가는 여전히 갈립니다. 그래서 친일스캐너라는 말이 가볍게 쓰일수록 더 조심해야 합니다. 역사 자료 확인과 낙인찍기는 전혀 다른 일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확인할 때는 이렇게 보는 편이 낫습니다

이름 하나만 검색해 “친일이다, 아니다”로 끝내기보다 세 가지를 같이 보는 게 좋습니다. 첫째, 어떤 자료에 근거한 주장인지입니다. 민족문제연구소 자료인지, 한국민족문화대백과 같은 공공 성격 자료인지, 단순 게시글인지에 따라 신뢰도가 다릅니다.

둘째, 문제 된 행위가 무엇인지입니다. 관직을 맡았는지, 전쟁 협력을 선전했는지, 독립운동가를 탄압했는지, 단순 생계형 활동이었는지에 따라 무게가 달라집니다. 셋째, 지금 그 이름이 어떤 방식으로 기려지고 있는지입니다. 교과서에 실리는 것과 동상을 세우는 것, 작품을 연구 대상으로 다루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입니다.

친일스캐너라는 말은 편리합니다. 하지만 편리한 도구일수록 사람을 너무 빨리 단정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저는 이 기능이 누군가를 공격하는 검색창이 되기보다, 우리가 기념하고 가르치고 소비하는 이름들을 조금 더 성실하게 묻는 계기가 되는 쪽이 낫다고 봅니다.

친일스캐너, 이름 검색만으로 판단해도 괜찮을까요? - 요약
친일스캐너, 이름 검색만으로 판단해도 괜찮을까요? | 브뉴스 : https://bnews.kr/17979
즐거움이 있는 곳
브뉴스 © bnews.kr All rights reserved. powered by modoo.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