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고무신 성우 선은혜 40세 별세, 왜 유독 마음에 남을까요?

얼마 전 오래된 애니메이션 영상을 다시 보다가, 익숙한 목소리 하나가 생각보다 오래 남는다는 걸 느꼈습니다. 얼굴은 몰라도 목소리는 기억나는 사람이 있죠. ‘검정고무신’ 성우 선은혜 씨의 별세 소식이 많은 사람에게 조용히 퍼진 것도 아마 그런 이유가 컸을 겁니다.
2026년 1월 19일 연합뉴스 등 보도에 따르면 성우 선은혜 씨는 1월 16일 저녁 세상을 떠났습니다. 향년 40세였습니다. 고인의 배우자인 최재호 한국성우협회 이사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사인을 심정지로 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장례는 서울 순천향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치러졌고, 발인은 1월 19일 오전 진행됐습니다.
‘검정고무신’으로 기억하는 이름, 실제 활동은 더 넓었습니다
선은혜 씨는 2011년 KBS 36기 공채 성우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프리랜서로 전향해 애니메이션, 외화 더빙, 라디오 드라마, 다큐멘터리 내레이션 등 여러 영역에서 목소리를 남겼습니다.
많은 사람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작품은 애니메이션 ‘검정고무신4’입니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이 작품에서 성철 역을 맡았습니다. 또 ‘프리티 리듬 오로라 드림’의 미온, 외화 ‘닥터 포스터’의 케이트 등으로도 알려졌습니다. 성우라는 직업은 화면 앞에 직접 등장하지 않아도, 작품의 분위기와 캐릭터의 기억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 2011년 KBS 36기 공채 성우로 데뷔
- 애니메이션 ‘검정고무신4’ 참여
- 외화 더빙과 라디오 극장, 다큐멘터리 내레이션 활동
- 배우자와 아들을 유족으로 남김
40세라는 나이가 더 크게 다가오는 이유
40세 별세라는 표현은 많은 사람에게 쉽게 지나가지 않습니다. 아직 한창 일하고, 가족을 돌보고, 앞으로의 계획을 세울 나이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입니다. 특히 고인이 음성 직업군이었다는 점도 이 소식을 더 무겁게 만듭니다.
일부 보도에서는 고인이 과거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근긴장성 발성장애와 건강 문제를 언급했던 내용도 함께 전했습니다. 다만 이런 내용이 곧바로 사인과 연결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공식적으로 전해진 사인은 심정지이며, 개인의 병력과 사망 원인을 외부에서 추측하는 일은 조심해야 합니다.
사실 유명인의 부고가 전해지면 사람들은 이유를 찾고 싶어 합니다. 갑작스러울수록 더 그렇습니다. 그런데 부고는 정보이면서 동시에 한 가족의 상실입니다. 알려진 사실과 추측 사이의 선을 지키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성우의 죽음이 우리 생활 이슈로 이어지는 지점
이 소식은 단순히 연예계 소식으로만 보기 어렵습니다. 우리는 매일 목소리를 소비합니다. 애니메이션, 광고, 오디오북, 내비게이션, 다큐멘터리, 라디오, 외화 더빙까지 생각보다 많은 순간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배경처럼 들어와 있습니다.
그런데 목소리로 일하는 사람들의 노동은 눈에 잘 보이지 않습니다. 촬영 현장처럼 화려하게 드러나지도 않고, 작품이 유명해져도 성우 개인의 이름은 뒤늦게 알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익숙한 캐릭터의 말투는 기억하지만, 그 목소리를 만든 사람이 어떤 환경에서 일했는지는 잘 모릅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성우라는 직업을 조금 다르게 보게 됩니다. 목소리는 단순한 재능이 아니라 몸을 쓰는 노동입니다. 컨디션, 호흡, 성대, 감정 표현이 모두 필요한 일입니다. 특히 프리랜서 전환 이후에는 일정한 소득, 건강 관리, 치료와 휴식의 공백을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추모는 조용하지만, 남는 질문은 분명합니다
동료 성우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고인을 추모했습니다. 짧은 문장들이었지만, 함께 일했던 사람들의 슬픔이 전해졌습니다. 대중에게는 한 작품의 목소리였지만, 누군가에게는 동료였고 가족이었습니다.
우리가 이 소식을 접할 때 할 수 있는 일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확인된 사실을 중심으로 기억하고,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를 소비하지 않는 것. 그리고 익숙한 콘텐츠 뒤에 있는 사람들의 노동을 조금 더 알아차리는 것 정도일 겁니다.
‘검정고무신’은 여러 세대에게 어린 시절의 분위기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입니다. 그 안의 목소리 하나가 사라졌다는 사실은 그래서 더 조용히 마음에 남습니다. 화면 뒤에서 작품을 완성했던 사람들의 이름이, 부고가 전해진 뒤에야 비로소 크게 보이는 현실도 함께 생각하게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