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식목일날, 우리 식탁과 동네 바다는 뭐가 달라질까요?

얼마 전 수산시장에 갔는데, 예전보다 해조류와 양식 수산물 이야기가 더 자주 들리더라고요. 미역, 다시마, 감태 같은 이름은 익숙한데, 이 해조류가 단순한 반찬 재료를 넘어 바다 생태계를 지키는 역할까지 한다는 점은 의외로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바다식목일날은 매년 5월 10일입니다. 육지에 나무를 심는 식목일이 있듯이, 바다에는 해조류를 심고 바다숲을 회복하자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2012년에 지정된 법정기념일이고, 바닷속 생태계 보호와 바다 사막화 문제를 알리기 위한 날입니다.
바다에도 숲이 필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바다숲은 말 그대로 바닷속 숲입니다. 다시마, 감태, 모자반, 잘피 같은 해조류와 해초류가 자라면서 작은 물고기와 조개류, 갑각류가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만듭니다. 어린 물고기에게는 숨을 곳이 되고, 산란장 역할도 합니다.
문제는 연안 바다에서 해조류가 사라지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흔히 갯녹음, 또는 바다 사막화라고 부릅니다. 암반에 해조류 대신 하얀 석회조류가 붙으면서 바닥이 시멘트처럼 변하고, 생물이 살기 어려운 환경이 됩니다. 해양오염, 수온 상승, 성게 같은 조식동물 증가 등 여러 요인이 겹쳐 생기는 현상으로 설명됩니다.
이 변화는 멀리 있는 환경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사실 수산자원과 연결됩니다. 바닷속 서식처가 줄어들면 어류와 패류가 자랄 공간도 줄어듭니다. 시간이 지나면 지역 어업, 양식업, 수산물 가격, 먹거리 안정성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내 생활에는 어떻게 이어질까요?
바다식목일날을 단순한 기념일로만 보면 체감이 잘 안 됩니다. 그런데 바다숲 조성은 우리 생활과 꽤 가까운 문제입니다. 우선 수산물입니다. 바다숲은 물고기가 모이고 자라는 기반이기 때문에 연안 어장의 회복과 관련이 있습니다. 당장 내일 생선값이 바뀌는 식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는 지역 수산업의 기초 체력을 만드는 일에 가깝습니다.
두 번째는 기후 대응입니다. 해조류는 자라면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합니다. 육지 숲처럼 바다숲도 탄소 흡수원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조심할 점도 있습니다. 바다숲이 기후 문제를 단번에 해결하는 만능 대책은 아닙니다. 잘 조성하고, 오래 유지하고, 실제 흡수량을 검증하는 과정이 함께 가야 합니다.
세 번째는 해안 지역의 일자리와 관광입니다. 바다숲 조성에는 잠수 인력, 종묘 생산, 해양 조사, 사후 관리가 필요합니다. 지역에서는 체험 행사나 교육 프로그램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바다식목일날 바다숲 가상현실 체험을 하거나, 지역 행사에서 바다 생태계를 배우는 모습은 단순 홍보를 넘어 생활 교육에 가까워 보입니다.
숫자로 보면 규모가 꽤 큽니다
해양수산부는 2009년부터 바다숲 조성 사업을 이어 왔습니다. 2026년 발표 기준으로는 전년도까지 전국 연안에 375.4㎢ 규모의 바다숲을 조성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 면적의 62%에 해당하는 규모라고 설명됩니다. 숫자만 보면 적지 않은 면적입니다.
다만 면적이 넓다는 것과 생태계가 완전히 회복됐다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닙니다. 바다숲은 심는 순간 끝나는 사업이 아니라, 해조류가 뿌리내리고 해양생물이 돌아오는지를 봐야 합니다. 수온이 계속 오르거나 성게 같은 조식동물이 많으면 조성한 바다숲이 오래 버티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사후 관리가 중요합니다.
- 해조류가 실제로 정착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 성게 등 조식동물 관리가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 지역 어민과 지자체가 관리 과정에 참여해야 효과가 커집니다.
- 조성 면적뿐 아니라 생물 다양성 변화도 같이 봐야 합니다.
기념일보다 관리 방식이 더 중요합니다
바다식목일날 행사는 매년 열립니다. 기념식, 체험 부스, 학생 참여 프로그램, 유공자 포상 같은 방식입니다. 이런 행사는 관심을 만드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솔직히 바닷속 변화는 눈에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일부러 계기를 만들지 않으면 대중의 관심에서 밀리기 쉽습니다.
그런데 관심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바다숲 사업은 지역별 바다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획일적으로 접근하기 어렵습니다. 동해, 남해, 제주 연안은 수온과 해류, 암반 지형, 생물 구성이 다릅니다. 어떤 곳에는 감태가 맞고, 어떤 곳에는 잘피 복원이 더 적합할 수 있습니다. 현장 조사와 지역별 맞춤 설계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또 하나는 민간 참여입니다. 최근에는 기업이 ESG 활동의 하나로 바다숲 조성에 참여하는 사례도 나옵니다. 이런 흐름은 재원을 넓힌다는 점에서 긍정적입니다. 다만 이름 붙이기나 행사성 홍보에 그치지 않도록, 실제 조성 위치와 유지 관리 성과가 투명하게 공개되는 편이 좋습니다.
우리가 볼 부분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바다식목일날을 기억한다고 해서 누구나 바다에 직접 해조류를 심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일반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조금 다릅니다. 지역 해양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바닷가 쓰레기를 줄이고, 수산물을 고를 때 지속 가능한 생산 방식에 관심을 갖는 정도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정책을 보는 기준도 단순합니다. 몇 ㎢를 만들었는지뿐 아니라, 그 바다숲이 몇 년 뒤에도 살아 있는지 봐야 합니다. 어민 소득이나 수산자원 회복과 연결되는지도 중요합니다. 해양수산부와 한국수산자원공단의 발표를 볼 때도 조성 면적, 사후 관리, 생태 회복 지표를 함께 보는 편이 더 현실적입니다.
바다는 우리 눈앞에 매일 보이지 않아서 생활과 멀게 느껴집니다. 근데 밥상 위 생선, 김, 미역국, 해안 마을의 일자리까지 생각하면 꽤 가까운 문제입니다. 바다식목일날은 달력 속 하루라기보다, 우리가 바다를 자원으로만 쓰고 있는지 아니면 회복할 시간도 주고 있는지 묻게 만드는 날에 가깝습니다.






